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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작성하는 회고글. 처음으로 회고글을 썼을 때는 내가 가진 생각과 감정, 고민들을 밖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참 낯설었다. 그래서 회고글을 공개할지 아니면 혼자 간직할지 망설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런 모습들이 조금은 소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1년 사이에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 쓴 회고글은 종종 다시 읽어보곤 했다. 별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단순히 심심해서 읽은 적이 많았는데, 그 과정이 생각보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작년에 다짐했던 것들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올해도 지금의 나를 기록하며, 1년 뒤에 이 글을 다시 읽었을 때 당시의 내 모습을 떠올리고, 부족한 점은 개선하며, 좋았던 점은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회고글을 적게 되었다.
올해를 돌아보며
처음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한게 2018년이니까, 벌써 7년째 일기를 작성해오고 있다. 사건 중심으로 일기를 쓰기보다는 주로 머리속이 복잡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일기를 쓰는 편이다. 그리고 나중에 비슷한 일이 생기면 일기를 다시 읽으며 깨달음을 얻거나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데 활용하곤 한다. 그래서 유독 힘든 시기에 일기를 많이, 그리고 길게 작성한다.
그런데 올해는 좋은 일이 많아서 그런지 일기를 많이 쓰지 않았다. 그래서 막상 올해 회고를 하려고 보니 내가 올해 어떤 감정을 느꼈고, 어떤 고민이나 생각을 했는지 돌아볼 자료가 많이 없어서 아쉽다. 그래도 당장 떠오르는 주요 사건들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 1월: 라스베가스 CES 행사에서 회사 부스를 운영했었다. 짧은 기간 동안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었고,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 2~3월: 사내 신규 AI 파이프라인을 서비스에 적용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내가 만든 AI 알고리즘(outlier detection)을 처음으로 서비스에 직접 적용해 볼 수 있었고, 이 외에도 여러 기술 스택들을 배우면서 동시에 배포/운영 업무를 일부 수행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 4~6월: key man을 맡았던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되었다. 나름 긴 호흡의 중요한 프로젝트였는데 좋은 결과로 끝낼 수 있어서 보람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하프마라톤에 도전했지만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고, 이 외에도 다낭으로 첫 동남아 여행을 다녀왔는데 여행지도 좋았지만 특히 소중한 사람과 함께여서 더 좋았던 기억이 난다.
- 7~9월: 입사 당시에 회사 서비스에 적용된 모든 AI 모델(segmentation, classification)을 내가 개발한 모델로 전환하고 싶다는 막연한 목표가 있었는데, 이 시기에 그 목표를 달성하여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 10~12월: 퇴사를 결정하며 기존 업무를 마무리하고, 새 회사에 입사해 적응하는 시기를 보냈다.
올해의 고민과 생각들
작년의 다짐
작년 회고에서 개선해야 할 점으로 적었던 것 중 하나가 '나를 더 드러내자' 였다. 올해는 이 부분에서는 많이 나아졌다고 느낀다. 특히, 모르는 것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더 생겼다. 사실 이 변화가 내가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이루어진 것은 아닌 것 같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는 오히려 아는 것이 쌓일수록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 같다. 모르는 것들에 대해 더 솔직해지도록 노력했다기 보다는, 올해동안 기술적으로 많이 성장한 덕분에, 내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해도 그게 내가 실력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약간의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이 자신감 덕에 내가 모르는 것들에 대해 더 솔직해지는 태도가 생겼다고 본다.
또 다른 개선해야할 점으로 적었던 것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더 만들어내자' 였다. 이 부분에서도 눈에 보이는 결과물들을 더 잘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느낀다. 사내에서든 혹은 회사 밖에서든, 내가 했던 일들을 명확히 표현하고 그것들이 인정받을 수 있는 결과물로 이어지는 경험이 늘어났다. 내 스스로에게만 의미를 갖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로부터도 인정받을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데 조금 더 익숙해지지 않았나 싶다. 이것 역시 내가 의식적으로 노력했다기보다는 여러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향상된 부분인 것 같다.
기술과 관련된 생각
작년에는 사람에 대해 여러 생각을 가졌던 한 해였다면, 올해는 특히 기술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한 해였다. 사실 AI 분야의 기술이 너무나 빠른 속도로 발전되다 보니까,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AI/ML 엔지니어들이 고민이 많았을 한 해라고 생각한다.
먼저 개인적으로는, 개발자라는 직군이 더 좋아졌다. 사실 이전까지는 개발보다는 연구나 새로운 지식을 공부하는 일들을 더 좋아했다. 개발은 때로 머리아프고, 막막하고, 뭔가 시간은 많이 넣은 것 같은데 결과물이 시원치 않은 경우가 많아서 답답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실제 사용자들에게 전달되는 기술이나 제품들을 점점 더 많이 개발하다보니, 내가 만든 것들을 누군가 사용하는 걸 바라보는 과정이 되게 재미있었고 몰입했던 기억이 많다.
AI 기술과 관련해서는, 여러 AI 기술들이 실제 서비스화 되는 케이스가 올해 들어서 크게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물론 이전에도 서비스화되고 있는 AI 기술들이 이미 많았지만, 올해는 압도적으로 많아진 느낌이다. 점점 더 실제 비즈니스를 만들어 나갈 때 AI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이슈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인지가 더 중요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정말 내가 속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을 했었다. 물론 사회고 자시고 일단 나는 내 소중한 사람들과 그냥 잘 먹고 잘 살고 싶은게 먼저다. 근데 내가 만약에 충분히 여유가 있는 수준이 된다면, 그 다음에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고민들을 했다. AI 기반으로 업무 효율을 증가시키는 일들이 물론 경제적으로는 중요하지만, 이게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맞을까? 오히려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라는 고민들을 했다.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물론 나라는 개인이 뭐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기에 심각하게 고민한 수준은 아니고, 아직은 AI가 일자리를 없애는 것 보다는 더 대단하고 창의적인 것들을 빠른 시간내에 만들어줄 수 있어서 좋은 영향도 크다는 생각이다. 다만 진지한 마음으로 경각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올해 특히 많이 들었다.
그래서 뜬금없는 결론이지만, 지금부터 취미 생활으로라도 글을 주기적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사람에게 큰 깨달음을 주고 '사랑'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것은 기술이 아닌 좋은 컨텐츠라고 생각하고, 여러 컨텐츠의 종류 중에서 내가 그나마 관심을 가지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글쓰기이니, 지금부터라도 글쓰기 능력을 조금씩 키워보는 건 어떨까 싶었다. 한 5년 뒤 쯤에는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글로된 컨텐츠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근데 이건 아직 그냥 슥 지나가는 잡념 중 하나다.
새로운 곳으로의 이직
초여름부터는 한창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이직 준비를 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직 생각을 크게 하지는 않았다. 올해 회사에서 했던 대부분의 일들이 내게 큰 의미가 있었던 일들이고, 나를 정말 많이 성장시켜줬다. 다만 6~7월이 되어서는 입사 당시에 내가 회사에서 꼭 풀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문제들을 대부분 풀어내고 잘 마무리하던 시기였고, 더불어 회사 내에서도 내 역할이 새로운 도전보다는 현재 서비스되는 기술들을 문제 없이 유지하면 되는 위치였다. 시기상 AI 엔지니어보다는 다른 직군들의 역할이 중요했던 단계였고, 내가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그렇게 크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이 외에도 여러 내부적 요인들이 겹쳐서 이직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직 과정은 7월에 시작해서 9월에 끝났다. 한 달이면 뚝딱하고 끝날 줄 알았는데 취업 시장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던지 오랜기간이 걸렸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지원자들을 정말 꼼꼼히 살펴보고 뽑는 것 같았고 전체 전형이 꽤 오랜 기간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코딩테스트와 과제를 정말 많이 봤고, 면접도 정말 많이 봤는데, 전체 과정들이 떨리기도 했지만 여러 새로운 분들과 기술 얘기를 하는 경험들이 재밌기도 했다.
새 회사의 오퍼를 받고 나서는 사실 이직을 해야되나 말아야되나 고민을 많이 했다. 물론 내가 지원하긴 했지만, 막상 붙고나니 도메인이 너무 달라져서 커리어가 꼬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이직을 하지 않고 그냥 현회사에 다녀야 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덜 후회할 것 같은 선택은 무엇일까를 다시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나는 막연하게는 그냥 좋은 어른이고 싶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그냥 좋은 동료이고 싶다. 그런데 이런 좋은 어른, 좋은 동료라는게 마냥 쉽게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민이 많았던 20대를 보내고 싶고, 경험도 많았던 20대를 보내고 싶다. 이직을 결정하게 되면 새로운 도메인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내 가치를 증명해야하는 순간이 많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여러 챌린지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고, 시행착오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 회사를 처음 들어갔을 때도 사실 비슷했다. 당시의 내게는 완전히 새로운 도메인이었고 처음 들어보는 회사였기에, 내가 증명해야할 것들이 많았고, 여러 시행착오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기술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많은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 다시 돌아가더라도 고민없이 같은 선택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경험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좋은 기억들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이직을 결정하게 되었다.
이게 맞는 선택이었을지는 내년의 회고에서 알게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작년 회고에서 말했던 것 처럼, 선택 그 자체보다는 이후의 태도와 대처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나빴던 선택이던지 좋았던 선택이든지, 이후의 내 태도나 대처로 결국에는 나빴던 선택이 내게 큰 영향을 주지 않게 되거나 좋았던 선택을 더 좋게 만들기'를 스스로에게 바란다.
좋았던 기억들
단순히 즐겁고 새로웠던 기억은 해외에 갔던 기억들인 것 같다. 1월에는 라스베가스에서 CES 부스 운영을 했었다. 지금 생각나는것들은 패딩이 없어서 오들오들 떨었던 기억, 밤에 라스베가스를 구경했던 기억, 다양한 사람들에게 하루 종일 회사 프로덕트를 소개하며 정신 없었던 기억, 또 잠깐씩 다른 부스들을 돌아다니면서 구경했던 것들이 기억이 난다. 영어로 말하는건 어떻게든 하겠는데 왜 이렇게 듣는게 어려울까 하는 씁쓸함도 느끼고, 다른 나라 스타트업들도 국내 스타트업들과 비슷한 고민들을 하는구나 라는 동질감도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그 다음으로 해외를 다녀온건 내 소중한 짝꿍이랑 다낭 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동남아 쪽은 처음 가보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다낭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어가 정말 많아서 왜 사람들이 경기도 다낭시라고 하는지 바로 이해가 갔고, 그런 감성도 뭐 나쁘지 않았다. 정말 뜨거웠던 동남아 특유의 공기도 기억에 남지만, 너무 좋았던 호텔, 맛있는 음식과 길거리의 풍경들, 1일 1마사지를 받았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했다는 점이 제일 좋았다.
업무적으로 보람을 느꼈던 업무는 두 가지 정도가 있다. 첫 번째는 key man을 맡아서 꽤 길게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잘 끝냈던 것이다. 간단히만 요약하자면 데이터 라벨링 파이프라인을 개선하여 데이터 품질을 향상시키는 작업이었는데, 반 년 정도의 장기간 프로젝트였음에도 모든 팀원 분들의 책임감이 강해서 잘 끝낼 수 있었다. 내가 처음 제안하여 만들어진 프로젝트여서 더 뿌듯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끝내면 정말로 내가 기대한 것 처럼 모델 성능이 향상될까 하는 걱정이 많았는데, 성능이 정말로 향상되어서 다행이었다.
업무적으로 좋았던 두 번째 기억은, 주요 서비스 파이프라인에 내가 제작한 모델들을 직접 배포하고 운영했던 기억이다. 입사 당시에 회사 서비스에 적용된 모든 AI 모델을 내가 개발한 모델로 전환하고 싶다는 막연한 목표가 있었는데, 퇴사 전에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뿐만 아니라, 나름 큰 사이즈의 프로덕트의 CI/CD 부터 시작해서 일부 운영 업무까지 end-to-end로 서비스를 건드려 볼 수 있었는데, 이런 경험을 과연 어디서 해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소중한 경험이었다. 물론 내 경력에 이런 크고 중요한 작업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심하게 걱정되었던 나날들도 있었고, 심리적으로 부담도 많았지만, 대신 그 만큼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주변 소중한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친한 회사 분들과 여행도 가고 종종 만나서 놀았고,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도 꾸준히 만나곤 했다. 그 중에는 올해 결혼을 한 친구들도 있고, 이제 할 친구들도 있었다. 다들 하나 둘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뭔가 새로웠다. 내 삶이 의미가 있는 이유가 이 사람들 덕분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내게 중요한 가치라는 생각도 자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날들이 많았고, 이런 감사함에 몰래 눈시울이 붉어졌던 날들이 종종 있었다.
내년에 기대되는 점
연차가 쌓일수록 미래에 대한 기대와 함께 불안과 걱정도 비례해 쌓이는 것 같다. 지금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인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현재의 환경에서 해볼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다 시도해보고 싶다. 프로덕트를 end-to-end로 하나가 아니라 세 개, 네 개씩 빠르게 만들어보고 싶고, 이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개선하고 발전하는 경험을 하고 싶다. 올해가 가기 전에 외부 사용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프로덕트를 하나라도 개발해보는 것이 작은 목표다.
또한, 인프라 관련 지식을 더 쌓으려고 한다. AI/ML 엔지니어가 직접적으로 인프라를 다룰 일이 많지는 않지만, 기술적으로 더 깊이 파고들수록 인프라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나중에는 내가 직접 AI 서비스를 운영해보는 경험도 더 해보고 싶다. 특히 AI/ML 인프라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아직 많지 않다고 느껴서, 시간을 쪼개 공부하며 이 분야의 역량을 키워나가고 싶다. 우선은 자격증 같은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시작해볼까 한다. 사실 올해도 자격증을 준비한다고 다짐만 하고 시작도 안했는데, 내년에는 다르려나 싶다.
올해에는 여러 좋은 생활 습관이 새로 생겼다. 출퇴근 시간에 책을 많이 읽었고, 예전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서 여유 있는 밤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덕분에 여가 시간이 늘어나 더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었다. 이런 생활 습관이 내년에도 이어진다면, 더 많은 경험을 해볼 기회가 생길 것 같아 기대된다.
마무리
올해를 한 줄로 정리해보면, '기술적으로 많이 성장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한 해'였던 것 같다. 작년에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성장했냐는 질문에 스스로 확신을 갖고 대답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어느 정도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 만큼 많은 경험을 얻었다. 또, 다른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더 많이 표현하는 사람이 되었음을 느낀다. 이는 작년에 스스로 다짐했던 목표 중 하나였는데, 의식적으로 더 표현하려고 노력하다보니 한두 번이라도 더 표현하는 사람이 되었고, 작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반면, 나만의 뾰족한 강점을 발견하고 이를 잘 다듬어 정말 실력 있는 엔지니어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은 여전히 남아 있는 한 해인 것 같다. 연차가 쌓일수록 이런 고민 또한 함께 쌓여가는 것 같다.
나는 작년을 '최근 몇 년 중에서 제일 웃을 날이 많았던 해'로 평가했었는데, 올해는 '고민과 걱정 없이 행복하게 보냈던 해'로 기억될 것 같다. 물론 고민과 걱정거리가 정말로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올해는 그런 문제들을 마음 속에 혼자 담아두지 않고 밖으로 꺼내 이야기하거나 표현하면서 깊은 고민으로 이어지지 않고 빨리 휘발되었다. 내년도 올해만 같다면 정말 좋은 1년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