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숫자로 읽는 법: 어디부터 볼까?
기업을 분석할 때는 “어떤 사업을 하는지”만큼이나 “얼마나 잘 벌고, 잘 남기는지”가 중요합니다. 이 글은 초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기업 분석에 자주 쓰는 핵심 지표들을 간단한 정의와 해석법, 주의할 점까지 한꺼번에 정리했습니다. 먼저 손익의 기본인 매출·영업이익·순이익부터 살펴본 뒤, 주가·수익성·성장성·안정성·활동성·배당 지표 순서로 나아가겠습니다.
기업의 기본 성적표: 매출·영업이익·순이익
매출(Revenue)
- 의미: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아 올린 전체 판매 금액입니다. “얼마나 많이 팔았나”를 보여줍니다.
- 주의: 매출은 계약 기준(발생주의)로 잡히므로, 돈이 아직 들어오지 않아도 매출로 잡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금흐름도 함께 봐야 합니다.
영업이익(Operating Profit)
- 의미: 매출에서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급여, 광고, 임대료 등)를 뺀, 본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입니다.
- 해석: 본업의 힘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일회성 이익이나 금융수익의 영향을 덜 받습니다.
순이익(Net Income)
- 의미: 영업이익에 이자수익/비용, 기타손익, 법인세 등을 반영한 최종 이익입니다.
- 주의: 환율, 평가손익, 일회성 요인에 흔들릴 수 있습니다. 주당순이익(EPS = 순이익/발행주식수)으로도 많이 봅니다.
예시) 매출 100, 영업이익 15, 순이익 10이면
- 영업이익률 = 15% (본업의 수익성)
- 순이익률 = 10% (최종으로 남긴 비율)
주가 관련 지표: 가격이 비싼가, 싼가?
PER (Price to Earnings Ratio, 주가수익비율)
- 공식: 주가 / 주당순이익(EPS)
- 의미: “주가가 이익의 몇 배인가?”를 뜻합니다. 보통 낮을수록 싸다고 보지만, 성장주·산업별 적정 PER이 다릅니다.
- 팁: Trailing(최근 12개월)과 Forward(예상 12개월)를 구분하세요. 경기민감주(예: 반도체, 조선)는 바닥 국면에 PER이 높게 보일 수 있습니다(이익이 일시적으로 낮아서).
PBR (Price to Book Ratio, 주가순자산비율)
- 공식: 주가 / 주당순자산가치(BPS)
- 의미: “장부상 자산 1원에 시장이 얼마를 쳐주나”를 말합니다.
- 해석: ROE가 높고 꾸준하면 PBR이 1을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산가치(부동산, 설비)가 중요한 산업과 무형자산(브랜드, 소프트웨어)이 중요한 산업은 해석이 달라집니다.
PSR (Price to Sales Ratio, 주가매출비율)
- 공식: 시가총액 / 매출액
- 의미: 적자 기업이나 초기 성장주 평가에 유용합니다. 다만 이익률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므로, 영업이익률과 함께 보세요.
PCR (Price to Cash Flow Ratio, 주가현금흐름비율)
- 공식: 시가총액 / 영업현금흐름(CFO)
- 의미: “회사가 실제로 벌어들이는 현금” 기준의 밸류에이션입니다.
- 팁: CAPEX(설비투자)가 큰 산업은 자유현금흐름(FCF) 기준의 P/FCF도 함께 보면 좋습니다.
수익성 지표: 얼마나 잘 남기는가?
ROE (Return on Equity, 자기자본이익률)
- 공식: 순이익 / 자기자본
- 의미: 주주가 투자한 자기자본 대비 얼마를 벌었는지. 높고 꾸준할수록 질 좋은 기업일 가능성이 큽니다.
- 한 걸음 더: ROE = 순이익률 × 자산회전율 × 재무레버리지(듀퐁 분석). 부채를 과하게 써서 ROE를 높인 경우는 리스크가 큽니다.
ROA (Return on Assets, 총자산이익률)
- 공식: 순이익 / 총자산
- 의미: 가진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굴리는지. 자산이 큰 금융업·제조업은 ROA가 낮게 보일 수 있어 업종 내 비교가 중요합니다.
영업이익률(Operating Margin)
- 공식: 영업이익 / 매출액
- 의미: 본업 경쟁력, 가격결정력(원가를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힘)을 보여줍니다.
순이익률(Net Margin)
- 공식: 순이익 / 매출액
- 의미: 이자·세금·기타손익까지 반영한 최종 수익성입니다. 안정적일수록 좋습니다.
성장성 지표: 얼마나 빨리 커지는가?
매출액 성장률
- 의미: 전년 대비 매출 증가 속도. 시장 점유율 확대, 신제품 성공 등을 반영합니다.
- 팁: 고성장이라도 적자 확대면 위험합니다. 성장과 수익성의 균형을 확인하세요.
영업이익 성장률
- 의미: 본업에서 버는 이익의 성장 속도. 원가절감, 스케일 효과가 반영됩니다.
EPS 성장률
- 의미: 주당순이익의 성장 속도. 이익 성장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주식 수 감소)도 영향을 줍니다. 본질 성장인지 회계·자본정책의 효과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안정성 지표: 버틸 힘이 있는가?
부채비율(Debt to Equity Ratio)
- 공식: 총부채 / 자기자본
- 의미: 재무구조의 안정성. 너무 높으면 금리 상승, 경기 둔화 때 위험합니다.
- 주의: 리스부채(IFRS 16) 포함으로 과거 대비 높아 보일 수 있습니다. 업종 평균과 비교하세요.
유동비율(Current Ratio)
- 공식: 유동자산 / 유동부채
- 의미: 1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를 단기 자산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 100% 이상이 보통 안정적입니다.
- 팁: 재고 비중이 큰 회사는 ‘당좌비율(Quick Ratio)’로 더 보수적으로 점검해도 좋습니다.
활동성 지표: 자산을 얼마나 빨리 돌리는가?
총자산회전율(Asset Turnover)
- 공식: 매출액 / 총자산
- 의미: 자산 1원으로 매출을 얼마나 만드는지. 마진이 낮아도 회전이 빠르면 좋은 비즈니스가 될 수 있습니다(예: 대형 유통).
재고자산회전율(Inventory Turnover)
- 공식: 매출원가 / 재고자산
- 의미: 재고가 얼마나 빨리 팔리는지. 낮아지면 재고누적·할인판매 위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외상매출금회전율(Receivables Turnover)
- 공식: 매출액 / 외상매출금
- 의미: 외상으로 판 돈을 얼마나 빨리 회수하는지. 느려지면 현금흐름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 팁: 일수로 바꿔보면 더 직관적입니다. DSO(외상매출 회수일수) = 365 / 회전율.
배당 관련 지표: 현금 보상은 어떤가?
배당수익률(Dividend Yield)
- 공식: 주당배당금 / 주가
- 의미: 현재 주가 대비 연간 현금 배당의 비율. 높을수록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실적 악화로 주가가 급락해 ‘착시’가 생긴 경우도 많습니다.
배당성향(Payout Ratio)
- 공식: 배당금 총액 / 순이익
- 의미: 벌어들인 이익 중 얼마를 배당으로 돌려주는지. 너무 높으면 투자 여력이 줄고, 너무 낮으면 주주환원 의지가 약해 보일 수 있습니다.
- 팁: 이익보다 현금 기준의 ‘FCF 대비 배당’이 지속가능성을 더 잘 보여줄 때가 있습니다.
지표를 함께 읽는 법: 조합과 맥락
- PER은 낮고 ROE가 높다면? 이익대비 가격이 낮고 수익성이 좋은 “가치주” 후보일 수 있습니다.
- PBR이 높아도 ROE가 매우 높고 성장성이 크면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브랜드·플랫폼 기업).
- PSR이 높은데 마진 개선 계획이 없다면 과대평가일 수 있습니다.
- 성장률이 높아도 부채비율 급등, 유동비율 악화라면 속도 조절이 필요합니다.
- 활동성 악화(회전율 하락)와 재고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면 수요 둔화 신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숫자 읽기의 함정: 꼭 기억할 주의점
- 일회성 효과 분리: 자산매각이익, 환율효과, 정부보조금 등은 지속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 회계와 현금의 차이: 매출은 늘었는데 영업현금흐름이 줄면, 대금 회수가 늦어졌거나 재고가 쌓였을 수 있습니다.
- 업종 특성: 은행·보험, 플랫폼, 반도체 등은 지표의 기준과 해석이 다릅니다. 반드시 동종업계 비교를 하세요.
- 시점의 일관성: TTM(최근 12개월), 연간, 분기 기준이 섞이면 오해가 생깁니다. 같은 기준으로 맞춰 비교하세요.
- 금리·환율 환경: 이자비용, 수입원가, 수출단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바로 써먹는 체크리스트
- 무엇으로 돈을 버나? 본업을 한 줄로 설명해보자.
- 매출·영업이익·순이익이 3년 이상 꾸준한가? 변동 이유는?
-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의 격차가 큰가? 이자·세금·일회성 영향 점검.
- ROE와 ROA가 업계 평균보다 높은가? 부채로 만든 ROE는 아닌가?
- 매출/이익/EPS 성장률이 동시에 개선되는가? 주식수 변화(자사주 매입·증자) 확인.
- PER·PBR·PSR·PCR을 동종업계 평균과 비교해 과대/과소평가 여부 체크.
- 부채비율·유동비율이 안전한가? 금리 상승 시 시나리오 점검.
- 자산·재고·외상매출 회전율이 개선되고 있는가? DSO·DIO·DPO 흐름 확인.
- 배당수익률과 배당성향이 사업 단계와 맞는가? FCF로 지속가능성 재확인.
- 숫자의 변화가 “일회성”인지 “구조적”인지 경영진 코멘트와 산업 데이터로 교차검증.
핵심 요약 및 결론
- 기업의 기본은 매출→영업이익→순이익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 주가 관련 지표(PER·PBR·PSR·PCR)는 “가격이 비싼가/싼가”를, 수익성(ROE·ROA·마진)은 “잘 벌고 남기는가”를 보여줍니다.
- 성장성 지표는 속도를, 안정성 지표는 버틸 힘을, 활동성 지표는 자산 활용 효율을, 배당 지표는 현금 보상을 확인하게 합니다.
- 어떤 지표도 혼자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업종 맥락과 현금흐름, 일회성 요인을 함께 보며 교차검증하세요.
- 마지막으로, 좋은 기업은 “꾸준한 수익성 + 건전한 재무 + 지속 가능한 성장 + 합리적 가격”이 어우러집니다. 위 체크리스트로 한 번 더 점검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