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연준의 QT가 중요한가
유동성(liquidity)은 금융시장에서 피와 같습니다. 가격이 아무리 싸 보여도, 사려는 돈이 말라버리면 거래가 멈추고 변동성만 커집니다. 2022년 이후 연준(Fed)은 금리 인상과 함께 자산을 축소하는 Quantitative Tightening(QT, 양적긴축)을 진행해 왔습니다. QT는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줄여 은행체계의 준비금(reserve balances)을 흡수하고, 돈의 순환 속도와 가격(금리), 자산가격에 연쇄적인 영향을 줍니다. 이 글은 QT가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그리고 미국을 넘어 글로벌 유동성에 어떤 파급을 주는지 초보자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합니다. 마지막에는 실제로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크리스트도 제공합니다.
QT란 무엇인가: QE의 거꾸로, 하지만 단순 역방향은 아니다
- 정의: QT(Quantitative Tightening)는 연준이 보유한 미 국채(U.S. Treasuries)와 기관 MBS(Agency MBS)의 규모를 줄여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정책입니다. 반대로 QE(Quantitative Easing)는 이를 늘리는 정책이죠.
- 목표: 과도한 통화정책 완화의 되돌림, 금융여건 긴축(financial conditions tightening),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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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 경로:
- 준비금 감소로 단기금리·레포시장(repo) 여건 변화
- 연준의 채권 ‘수요’가 줄어 민간이 더 많은 국채·MBS를 흡수해야 하면서 금리의 기간프리미엄(term premium) 상승
- 신용스프레드 확대와 위험자산 평가절하 압력
- 중요 포인트: QE가 금리를 낮추는 “재고(stock) 효과”를 만들었다면, QT는 그 재고를 줄여 반대 효과를 일부 되돌립니다. 다만 국채 발행구조, 머니마켓펀드(MMF)의 자금 흐름, 정부예금(TGA) 변동 등 ‘금융배관(plumbing)’ 변수 때문에 결과는 단순 역행이 아닙니다.
연준은 QT를 어떻게 실행하나
1) 런오프(runoff) 방식이 기본
- 미 국채와 MBS 만기가 돌아오면 원금 상환분을 재투자하지 않고 보유잔액을 자연 감소시키는 방식입니다. 시장에 대놓고 “매도(sales)”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월별 상한(caps)을 두어 너무 빠른 축소를 피합니다. 2022년 시작 당시 Treasuries 35B/월 상한이었고, 2024년 6월부터는 경기·시장 안정을 고려해 Treasuries 상한이 낮아졌습니다(속도 조절, QT taper). MBS는 상한이 유지됐으나 금리 상승으로 주택대출 상환·재융자(prepayment)가 줄어 실제 런오프는 상한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 MBS와 국채의 차이
- MBS: 상환 속도가 금리와 주택거래에 민감합니다. 금리가 높으면 조기상환이 줄어 QT 속도가 자연히 둔화됩니다.
- Treasuries: 만기 도래가 비교적 예측 가능해 런오프가 안정적입니다. 상한을 넘는 상환분이 생기면 일부는 재투자되며, MBS 상환분이 상한을 넘어설 경우 초과분은 Treasuries에 재투자하는 구조가 사용됩니다.
3) ON RRP와 준비금의 조정
- ON RRP(Overnight Reverse Repo Facility)는 MMF 자금을 흡수·예치하는 창구입니다. QT가 시작되면 초기에는 ON RRP 잔액이 먼저 줄고, 그 다음에야 은행 준비금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023~2024년 사이 ON RRP는 정점(2조 달러 이상)에서 급격히 낮아지며 ‘완충(buffer)’ 역할을 했습니다.
- ON RRP가 거의 바닥나면, 이후 QT는 은행 준비금을 직접 줄여 단기자금시장 스트레스를 키울 위험이 커집니다. 이 구간에서는 레포금리가 IORB(이자지급준비금, Interest on Reserve Balances) 위로 튀는지, SRF(Standing Repo Facility) 이용이 늘어나는지 면밀히 봐야 합니다.
4) TGA와 발행 전략의 변수
- TGA(Treasury General Account, 재무부 일반계정)가 늘면 시중 유동성이 빠지고, 줄면 유동성이 풀립니다. 같은 QT라도 TGA가 빠르게 쌓이면 체감 긴축이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 재무부의 발행 믹스도 중요합니다. Bill(단기국채) 비중을 높이면 MMF 수요가 받아주며 장기금리 상승 압력이 완화됩니다. 반대로 쿠폰물(중장기) 위주 증발행은 민간이 더 많은 듀레이션을 흡수해야 해 term premium을 밀어 올립니다.
- 2024년 재무부는 시장유동성 개선을 위한 정기적 Buyback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이는 다른 구간의 발행으로 재원 조달이 이뤄져 순유동성에는 중립적입니다.
QT가 시장 유동성에 미치는 구체적 경로
1) 단기자금시장과 은행체계
- 준비금 감소 → 은행의 대차대조표 여유가 줄어 레포파이낸싱이 비싸지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 2019년 9월 레포금리 급등은 QT, TGA 급증, 세금납부, 대규모 국채결제 등이 맞물린 예로 자주 인용됩니다. 현재는 SRF 등 안전장치가 있지만, ON RRP 완충 소진 이후에는 유사 스트레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점검지표: GC Repo vs IORB 스프레드, SRF 이용액, FRA-OIS, 은행 준비금(H.4.1), ON RRP 잔액.
2) 금리와 채권시장
- 재고(stock) 효과: 연준 보유잔액 축소로 term premium이 상승할 여지. 연구에 따르면 QE가 장기금리를 수십 bp 낮춘 것으로 추정되므로, QT는 그 일부를 되돌릴 수 있습니다.
- 흐름(flow) 효과: 재무부의 순발행과 연준 비매수의 조합은 민간이 흡수해야 하는 듀레이션 공급을 늘립니다. 발행이 쿠폰물에 집중될수록 장기금리 상승 압력은 커집니다.
- MBS 스프레드: 연준 축소, 은행의 대차대조표 제약, 금리 변동성 상승이 겹치면 MBS OAS가 벌어지기 쉽습니다.
3) 크레딧과 주식, 대체자산
- 크레딧: 유동성 축소와 금리변동성 상승은 하이일드·레버리지론 등 하위등급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 요인입니다.
- 주식: 총유동성 지수(net liquidity = Fed balance sheet – TGA – ON RRP)를 추적해 보면, 순유동성 축소 국면에서 변동성 지표(VIX)가 높아지고, ‘유동성 베타’가 높은 섹터(소형주, 고위험 성장주, 크립토 등)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달러: QT는 대체로 금융여건을 긴축시키며 달러 강세에 우호적입니다. 달러 강세는 원자재, 이머징 마켓에 역풍이 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유동성으로의 파급
1) 달러자금 조달과 헤지 비용
- 글로벌 은행·보험·연기금은 달러표시 자산을 매입할 때 FX 헤지 비용을 고려합니다. QT와 달러 강세, 정책금리 고점 유지가 겹치면 cross-currency basis가 벌어지고, 달러 헤지 비용 상승 → 외국인 실수요 약화 → 미 장기금리 추가 상방 압력의 악순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2) 신흥국과 위험자산
- 달러 유동성 축소는 자본유출 압력, 현지통화 약세, 외화부채 롤오버 리스크를 높입니다. 이자비용 상승은 재정취약국에 더 큰 타격입니다.
- 수출의존도가 높고 대외부채가 큰 이머징은 QT 국면에서 변동성이 과대해지기 쉬우므로, 외환보유액 규모와 대외 만기구조를 함께 봐야 합니다.
3) 다른 중앙은행과의 상호작용
- ECB·BoE도 QT를 진행해 왔고, BoJ가 수익률곡선제어(YCC)를 완화하면 글로벌 장기금리에 동조 상방 압력이 생깁니다. 주요국 동시 QT는 세계 총유동성(global liquidity)을 동반 축소시키며 위험자산에 광범위한 디스카운트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 반대로, 중국 등에서 경기부양과 유동성 공급이 커지면 일부를 상쇄할 수 있으나, 달러 체계 중심의 글로벌 금융구조에서 Fed의 영향력은 여전히 지배적입니다.
투자자 체크리스트: QT 국면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
핵심 모니터링 지표
- 연준 대차대조표(H.4.1): 총자산, 준비금(reserve balances), ON RRP 잔액 추이
- TGA 잔액: 재무부 성명 및 MS Excel TGA 데이터(재무부 웹사이트)
- 재무부 발행 믹스: Quarterly Refunding, TBAC 발표, Bill 비중 변화
- 단기금리 스트레스: GC Repo vs IORB, SOFR 변동성, SRF 이용
- 채권시장 구조: Term premium 추정치(예: ACM), MBS OAS, Dealer 포지션
- 달러·헤지 비용: DXY, cross-currency basis(USD/JPY, EUR/USD), FX hedged yield
- 크레딧·변동성: IG/HY 스프레드, VIX, MOVE
시나리오별 해석 가이드
- ON RRP 버퍼 잔존 → QT의 체감 긴축이 상대적으로 완만. Bill 발행 확대 시 장기금리 상방 압력 완화.
- ON RRP 고갈 + TGA 증액 + 쿠폰물 대규모 발행 → 단기자금시장 경색 리스크, 장기금리와 스프레드 동시 확대 가능성.
- SRF 이용 증가·레포금리 급등 → 준비금이 ‘풍부(ample)’ 영역 하단에 근접했음을 시사. 연준의 QT 추가 둔화·정지 신호 탐색.
실행 가능한 포트폴리오 포인트(일반 논의)
- 듀레이션 관리: QT 가속·쿠폰 발행 확대 국면에서는 장기금리 변동성이 커집니다. 듀레이션 노출은 분할·분산 접근이 합리적입니다.
- 품질 우선: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 구간에서는 투자등급(IG)·짧은 만기 위주로 방어력 확보.
- MBS는 선택적: 스프레드 확대 시 기회가 생길 수 있지만, 프리페이 불확실성·금리 변동성 리스크를 감안한 한도 관리가 필요합니다.
- 현금과 Bills: MMF 수익률이 높고, Bill 공급 확대 시 의사결정 유연성을 확보합니다.
- 환헤지 비용 점검: 해외투자자는 cross-currency basis와 헤지코스트에 따라 실질 기대수익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초보자를 위한 한눈 요약
- QT는 연준이 보유 채권을 줄여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정책입니다.
- 실행은 주로 만기상환 재투자 중단(런오프) 방식이며, Treasuries와 MBS에 월별 상한이 있습니다. 2024년 중 연준은 QT 속도를 일부 늦췄습니다.
- 처음엔 ON RRP라는 ‘완충 탱크’가 줄어듭니다. 그다음부터는 은행 준비금이 줄며 돈이 더 빡빡해집니다.
- 유동성이 줄면 단기자금시장 스트레스, 장기금리 상방,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 위험자산 변동성 확대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달러는 강해지기 쉽고, 글로벌(특히 이머징) 유동성에는 역풍이 됩니다.
- 핵심 데이터(연준 H.4.1, TGA, 발행 믹스, 레포·SRF 지표)를 꾸준히 체크하면 QT의 ‘강도’를 꽤 정확히 체감할 수 있습니다.
결론
QT는 단순한 자산축소 이상입니다. ON RRP, 준비금, TGA, 발행 믹스라는 배관의 밸브가 어떻게 조합되느냐에 따라 체감 유동성의 강도가 달라집니다. 최근 몇 년간 관찰한 바, QT의 초기 충격은 ON RRP가 완충해 주지만, 버퍼가 얇아질수록 레포시장과 장기금리, 크레딧 스프레드로 긴장이 전이됩니다. 글로벌 측면에서는 달러 조달비용과 환헤지 비용을 통해 파급되며, 이머징과 위험자산의 민감도가 큽니다. 투자자는 “QT 규모” 그 자체보다 “순유동성(net liquidity)”을 좌표로 삼아, 단기자금시장 스트레스 신호와 재무부 발행 전략 변화를 함께 읽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QT 국면에서도 과도한 공포나 낙관을 피하고, 데이터에 근거한 탄력적인 포지셔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