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ex와 Opex를 이해하는 이유

같은 매출을 내도 기업마다 현금이 빠져나가는 길은 다릅니다. 어떤 기업은 공장과 설비에 돈을 묶고(Capex), 어떤 기업은 인력과 마케팅에 비용을 쏟습니다(Opex). 이 차이는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 밸류에이션, 주가의 사이클까지 좌우합니다. 이 글은 Capex와 Opex의 정확한 의미, 산업별 특성, 그리고 Capex가 주가에 반영되는 메커니즘을 투자자 관점에서 정리합니다.

Capex vs Opex: 회계와 현금흐름의 언어

  • Capex(Capital Expenditure): 기계, 공장,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등 장기자산 취득/개선에 쓰이는 투자지출. 대차대조표에 자산으로 계상되고, 이후 감가상각(Depreciation)으로 비용화됩니다. 현금흐름표에서는 투자활동현금흐름에 반영됩니다.
  • Opex(Operating Expenditure): 급여, 임대료, 마케팅, 유지보수 등 영업활동에 필요한 비용. 발생 시점에 손익계산서에 바로 비용 처리되어 영업이익에 영향을 줍니다. 현금흐름표에서는 영업활동현금흐름에 반영됩니다.

투자자 관점의 핵심은 Free Cash Flow(FCF)입니다. 단순화하면 FCF = 영업활동현금흐름 – Capex. 같은 영업이익이라도 Capex가 큰 산업은 FCF가 낮고, 반대로 Opex 중심 산업은 잉여현금 회수가 빠릅니다.

경계에 있는 항목들
  • 유지보수 Capex vs 성장 Capex: 유지보수는 기존 생산능력 유지, 성장은 확장 목적. 전자는 필수, 후자는 경기/수요에 따라 탄력적입니다. 기업이 구분해 공시하지 않으면 감가상각비와 생산능력 증감률로 추정합니다.
  • R&D: IFRS에서는 요건 충족 시 개발비 일부를 자본화할 수 있고, US GAAP은 대부분 비용 처리합니다. 같은 기술기업이라도 기준에 따라 Capex/Opex 구성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리스(Lease): IFRS 16/ASC 842 적용으로 대부분의 운용리스가 자산·부채로 인식됩니다. 현금지출은 임차료지만, 회계상 감가상각+이자비용으로 나타나 자본집약도 판단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어느 산업이 Capex·Opex가 높은가

  • 고 Capex 산업

    • 반도체 제조/장비(Foundry, Memory, WFE): 팹 건설과 장비가 핵심. Capex/매출 비율이 장기 평균 30%+까지 상승하기도 합니다.
    • 통신(5G/광케이블), 전력·가스 등 유틸리티: 네트워크와 인프라 확충에 장기 대규모 Capex.
    • 에너지(E&P, 정유·석화), 금속·광산: 프로젝트 기반 대형 Capex, 커머더티 사이클 영향.
    • 물류/항공/해운: 항공기·선박·허브 터미널 등 자본장비 필요.
    •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인프라(Hyperscaler, Colocation): 서버·전력·냉각에 막대한 Capex.
  • 고 Opex 산업

    • 소프트웨어/인터넷/플랫폼: 서버 리스·인프라 Capex도 존재하지만 매출 대비 인건비·마케팅 비중이 높음. Gross margin 높고 S&M/R&D가 비용을 주도.
    • 교육, 컨설팅, 헬스케어 서비스: 인력 중심 모델.
    •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제작비가 Opex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음(일부는 자본화 후 상각).

자본집약도는 Capital Intensity(=Capex/Revenue), Asset Turnover(=Revenue/Assets), Depreciation/Revenue, FCF Margin 등 지표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Capex가 주가에 반영되는 방식

Capex는 두 얼굴을 가집니다. 단기에는 현금유출과 ROE 희석, 장기에는 성장과 진입장벽 강화입니다. 주가는 다음 경로로 반응합니다.

  • 단기 디레이팅 vs 장기 리레이팅

    • 대규모 성장 Capex 발표: 단기 FCF 감소와 레버리지 상승 우려로 멀티플이 낮아지기 쉽습니다. 다만 수주잔고(backlog), 고객계약, 가격결정력으로 IRR이 가시화되면 가속 완료 시점에 멀티플이 재평가될 수 있습니다.
    • 유틸리티·통신처럼 규제산업은 Regulated Asset Base(RAB)에 Capex가 편입되어 허용수익률(Allowed Return)을 통해 요금에 반영되므로, Capex가 비교적 안정적 수익으로 이어집니다.
  • 사이클 신호

    • 커머더티/장치산업: 업종 전반의 Capex 컷은 공급 축소로 이어져 가격·스프레드 개선을 유도하고, 12~24개월 선행해 주가가 바닥을 찍는 경우가 잦습니다. 반대로 호황 말기의 과잉 Capex 증가는 향후 마진 압박과 디레이팅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 ROIC 스프레드가 관건

    • 프로젝트 IRR이 WACC를 상회하는지(ROIC > WACC)가 밸류에이션의 핵심입니다. 기업이 명확한 투자승인 기준(hurdle rate), 캐시페이백, 민감도 분석을 제시할수록 시장은 Capex를 성장동력으로 인정합니다.
  • 회계 효과

    • 감가상각이 늘면 회계상 영업이익은 눌릴 수 있지만, 정상화 EBITDA와 FCF 가이던스로 투자자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집니다. 반면 수요 부진 시에는 감가상각비가 비용으로 남아 마진을 더 훼손하고, 자산손상(impairment) 가능성까지 반영되어 멀티플이 하회합니다.

투자자가 볼 포인트와 체크리스트

1) 유지보수 vs 성장 Capex 구분
  • 기업이 Maintenance Capex를 명확히 제시하는지 확인.
  • 유지보수 Capex의 경험적 하한: 감가상각비, 혹은 설비 가동률/생산능력 유지에 필요한 금액. 급격히 낮게 잡으면 품질 의심.
2) 수요와 가격의 방어력
  • 장기계약(오프테이크, take-or-pay), 진입장벽, 규제 프레임 여부.
  • 제품 믹스와 가격전가력(Pricing Power). 가격전가력이 높을수록 Capex의 IRR 가시성↑.
3) 자본구조와 유동성
  • 순차입금/EBITDA, 이자보상배율, 만기구조. Capex 피크와 차입 만기가 겹치지 않는지.
  • 리스부채 포함 순부채를 함께 보아 레버리지 과소평가를 방지.
4) 실행 리스크
  • 공정 복잡도, 공급망(장비 납기), 비용 초과(Overrun) 이력.
  • 규제/인허가, 환경 이슈로 인한 지연 리스크.
5) 자본배분 신뢰도
  • 과거 Capex의 실현 ROIC 트랙레코드.
  • 경영진의 배당/자사주/Capex 사이 밸런스. 호황기에 ‘제국 건설(Empire Building)’을 경계.
6) 비교 지표 빠르게 계산해보기
  • Capital Intensity = Capex/Revenue 추세.
  • Incremental ROIC ≈ (증가 영업이익 × (1–세율)) / 누적 성장 Capex.
  • FCF Yield = FCF/시가총액, Capex 피크 이후의 정상화 FCF 시나리오.
  • Asset Turnover와 EBIT Margin의 조합(듀퐁 분석)으로 ROE에 미치는 영향 확인.

산업별 투자 인사이트

  • 반도체/장비: 업계 Capex 가이던스는 강력한 선행지표. 고객 다변화, EUV 등 기술 전환 국면일수록 진입장벽이 높아 구조적 수혜가 길어질 수 있으나, 사이클 피크에서 과잉투자 위험에 유의.
  • 통신·유틸리티: Capex는 요금/규제와 결부. 배당투자 관점에서는 Capex 피크 이후 배당여력 개선이 포인트. 금리 수준이 밸류에이션에 직접적.
  • 에너지·자원: 프로젝트 IRR vs 커머더티 가격 가정의 보수성 체크. Capex 억제와 주주환원 강화는 멀티플 리레이팅 촉매가 되곤 함.
  • 소프트웨어/SaaS: Opex 중심의 고성장 모델. 매출 성장률 둔화 시 Opex 효율화(매출대비 S&M, R&D 비율 하락)가 멀티플 방어의 핵심. 데이터센터 자체 보유 여부에 따라 Capex 프로필이 변함.

실전 적용: 공시에서 무엇을 찾을까

  • 연간 투자계획(capex guidance)과 세부 항목(설비/네트워크/IT/환경).
  • 유지보수 vs 성장 구분, 프로젝트별 IRR/페이백 제시 여부.
  • 생산능력(Capacity) 증감률과 단가(ASP) 가정, 수주잔고/장기계약.
  • 감가상각비 전망, 리스부채 포함 순차입금, 금리 민감도.
  • Capex 피크 타임라인과 이후 FCF 정상화 경로.

요약과 결론

Capex는 단기 현금흐름을 압박하지만 장기 경쟁력과 진입장벽을 높이는 양날의 검입니다. 반대로 Opex는 손익에 즉시 반영되어 성장 속도를 보여주지만, 효율이 떨어지면 바로 적자로 이어집니다. 산업별로 자본집약도가 다르고, 같은 산업 내에서도 기업의 자본배분 역량에 따라 주가 성과가 갈립니다.

투자자는 1) 유지보수와 성장 Capex를 구분하고, 2) IRR이 WACC를 넘는지, 3) 레버리지와 실행 리스크를 점검하며, 4) Capex 사이클의 국면을 읽어야 합니다. Capex 발표 직후의 디레이팅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가시적인 수요와 높은 ROIC가 뒷받침된다면, Capex가 완성되는 시점의 멀티플 리레이팅이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됩니다. 반대로 확신 없는 대형 Capex, 규율 없는 Opex 확장은 장기 수익률의 적입니다. 숫자로 확인하고, 사이클을 기다리는 인내가 Capex·Opex를 읽는 가장 실용적인 투자법입니다.